구조물
이름밖에 존재하지 않는
📜 개척자의 기록 — 봉인의 옛터
“침묵은 봉인이 아니라, 깨어날 날을 기다리는 숨결이었다.”
나는 오래된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 속에 발을 들였다. 이곳은 생텀의 관리자들이 만든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잠든 자리라 전해진다.
기록에 따르면, 한때 그 프로그램은 폭주했고, 수많은 피가 흘렀다고 한다. 봉인이 내려지기 전까지 셀 수 없는 목숨이 흙으로 돌아갔으며, 결국 이 깊은 곳에 잠재워졌다.
탑처럼 솟은 돌벽과 거대한 봉인문은 지금도 차갑게 닫혀 있었지만, 나는 그 너머에서 들려오는 침묵이 오히려 더 두려웠다. 전설은 단순한 이야기일 뿐일까? 아니면 여전히 그곳에서 깨어날 날을 기다리는 것일까?
혹자는 속삭인다. 생텀의 몰락은 바로 이 프로그램과 무관하지 않다고.

📜 개척자의 기록 — 마지막 보관소
“시간마저 발을 멈춘 곳, 주인을 기다리는 보물과 비밀의 미로.”
겉모습은 기적처럼 온전했다. 폭풍과 불길이 모든 것을 삼켜버린 생텀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건물이 내 앞에 서 있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끝없는 미로가 나를 맞이했다.
어두운 복도를 따라가다 보니, 낡은 상자와 봉인된 항아리가 곳곳에 놓여 있었다. 곡물은 이미 먼지로 변했지만, 금속과 수정으로 된 장비는 여전히 손에 쥘 수 있을 만큼 온전했다. 그것들은 마치 시간이 이곳만 비껴간 듯, 묵묵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이곳은 단순한 창고가 아니었다. 누군가 무언가를 숨기고, 혹은 지키려 만든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남겨진 기록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저 이렇게 부를 뿐이다. ‘마지막 보관소.’

📜 개척자의 기록 — 행적의 잔재
“희망의 설계도는 미완성으로 남았고, 그 자리는 침묵의 폐허가 되었다.”
벽돌 사이에는 낡은 도구가 놓여 있었다. 마치 주인이 곧 돌아와 다시 공사를 이어갈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이곳을 세웠던 자들은 이미 떠났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것을.
바닥에는 흩어진 두루마리와 미완성의 설계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것들은 이곳이 단순한 보금자리가 아니라, 새로운 정착지를 꿈꾸며 세워진 시도였음을 보여주었다. 몰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
하지만 그 희망은 끝내 완성되기 전에 꺼져버렸다. 남은 것은 불완전한 폐허와, 길고 깊은 침묵뿐이었다.

Last updated
